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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랑아난 아이들의 감사 공연의 마무리로 THANK YOU JTS를 높이 들여 보이는 아이들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 행복한 시간

교육지원 사업 이야기

필리핀의 2016~2017년 학기 개학과 함께 시작된 교육지원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가까운 학교는 JTS센터에서 도보로 10분, 가장 먼 학교는 차로 8시간. 이렇게 민다나오 전역을 누비며 JTS가 지은 30여 개 학교를 방문해서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만났다.

-글쓴이 필리핀JTS·조혜림 활동가

 

 

학생이 아닌 한 명의 일꾼

 

2016년 6월 14일, 필리핀의 모든 학교가 2016~2017년 학기를 시작했다. 새학기가 3월에 시작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필리핀은 4월에 학기를 마치고 6월에 새 학년을 시작한다. 작년에 1학년을 다녔다면 당연히 올해 2학년을 다니게 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이곳은 한 달 동안의 등록 기간을 거쳐 학교에 재등록을 한다. 왜 한 달씩이나 등록 기간을 주는지 궁금해서 학교 선생님에게 물어봤다. 이유는 간단했다. 가정의 경제형편이 어렵거나 기타 이유로 학업을 지속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농사가 주업인 이곳에서는 아이들도 일꾼이다.

 

그래서인지 결석도 잦다. 씨앗 심기, 풀 매기, 수확, 건조까지. 아이들의 손이 필요한 곳이 참 많다. 그래서 농번기가 되면 결석률이 30%를 넘는다. 법륜 이사장님께서 준공식 때마다 농번기에 아이들을 결석시키면 안 된다고 강조하시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이곳 필리핀 민다나오에서는 아이들이 다 일꾼이다. 초등학교 1학년만 되어도 짐을 번쩍번쩍 잘 들고 간다. 초등학교 5~6학년이 되면 성인만큼 힘이 세져, 아주 무거운 상자도 잘 든다. 학용품 같은 지원 물품을 배달하다 보면 우리나라와 아주 다른 풍경이 연출 된다. 다물록의 한 학교를 방문할 때였다. 학용품 상자를 나르러 아버지들이 말을 타고 오는데, 아이들은 그 뒤를 걸어서 온다. 그리곤 아이들은 상자를 머리에 이거나 어깨에 들쳐 메고 걸어서 돌아가고, 아버지들은 다시 말을 타고 유유히 돌아간다. 아이들이 힘들어 한다고 해서 들어주지도 않는다. 너희가 쓸 학용품이니 너희가 들어야 한다고 한다.

 

 

-잘 가라고 인사해주는 키한아이 학부모

 

고맙고, 고맙고, 고맙습니다

 

7월 중순까지의 등록 기간이 끝나고, 작년에 받아둔 연락처를 가지고 각 학교 교사에게 연락했다. 올해도 학용품을 지원하려고 하니 학생 정보를 달라는 말에 교사들은 기뻐했다. 그렇게 8월 24일 수요일, 2016년 3월에 준공한 마놀로폴티치 군의 길랑길랑 면에 속한 키한아이 학교와 콘솔라시온 학교를 시작으로 학용품을 지원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학용품을 지원한 키한아이 학교와 콘솔라시온 학교에서는 학용품과 교복 전달식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필리핀 국가 제창, 교장 선생님의 인사말과 학생들의 공연, 학부모 대표 인사, 간식으로 이어지는 완벽한 프로그램이었다. 그중 학부모 대표의 인사말이 기억에 남는다.

 

“2015년, 이 작은 마을 키한아이에 학교를 지어준다고 했을 때 너무 기뻤습니다. 우리 마을은 차도 다닐 수도 없고 전기도 없는 곳입니다. 그런데 2015년 학교 건축을 시작하면서 군수님은 불도저로 길을 내주셨습니다. 그렇게 2016년 학교가 지어졌습니다. 저희는 학교가 생겨서 매우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JTS가 저희를 잊지 않고 또 방문해서 이렇게 교복과 학용품을 주었습니다. 학교를 지어준 것만 해도 고마운데 이렇게 우리 아이들에게 큰 선물을 주었습니다. 사실 저희 부모들은 교복과 학용품을 살 여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걱정이 많았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JTS가 계속 저희 마을을 도와주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방문하는 학교 마다 아이들과 선생님,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함께하는 작은 축제가 열린다. 학교를 지어준 것도 고마운데, 잊지 않고 찾아와서 학용품을 전해준다며 주민들은 JTS 활동가들에게 크게 고마워한다. 사실 JTS의 후원자 여러분들이 받으셔야 하는 감사 인사인데 대신 받게 되어 송구스럽지만, 잘 전달했다는 생각에 마음은 뿌듯하다.

 

 

나에게 가장 좋은 옷

 

필리핀JTS 이원주 대표님께서 기부해주신 교복은 작년에 이미 교복을 지원했던 22개 학교를 제외하고 2016년에 새롭게 학교를 연 알라원, 가가후만, 키한아이, 콘솔라시온 학교와 작년에 교복을 지급하지 못했던 빅바니실론 학교에 지원했다.

 

 

-교복을 입고 더 예뻐진 산마테오 여학생들

 

JTS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의 옷은 대부분 변변치 않다. 언니 오빠에게 물려받았거나, 중고 옷가게인 ‘오까이 오까이’에서 산 옷들이 대부분이다. 그마저도 성한 옷을 입고 있는 아이는 전체의 절반쯤이고, 새 옷을 입은 아이는 거의 없다. 그런 아이들에게 JTS가 지원하는 교복은 가장 좋은 옷이다. 모든 학생이 교복을 꼭 입어야 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이곳은 교복이 필수가 아니다. 물론 도시의 웬만한 학교 아이들은 모두 교복을 입고 있지만, 우리 학교의 학부모들은 한 벌에 한국 돈으로 17,500원 정도 하는 교복을 사줄 여유가 없다.

 

여학생들은 노란색 셔츠에 감청색 체크무늬 치마, 남학생들은 하늘색 셔츠에 감청색 반바지를 입고 나면, 다들 너무 예쁘고 잘생겨 보인다. 아이들이 교복을 입고 나면 연신 “구야빠(예쁘다)!, 구야뽀(잘생겼다)!”를 연발하며 옷이 날개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교복은 아이들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다. 자녀들이 번듯하게 교복 입은 모습을 보며, 옷 매무새를 교쳐주며 부모님들도 환하게 웃는다. 심지어 몇몇 학부모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본인들이 다니지 못했던 학교를, 교복을 입고 다니는 자식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이 어떠할지는 상상이 잘 안되지만, 그들의 표정으로 정말 큰 기쁨이라는 것은 알 수 있다.

 

 

-동화책에 신난 수밀라오 아이들

 

 

동화책 한 권이 주는 행복

 

몇 해 전에 구매해 놓았지만, 여력이 되지 않아 전달하지 못했던 동화책도 20여개 학교에 지원했다. 이곳에서는 동화책 한 권 가격이 5,000원에서 10,000원 정도로, 밥한 끼가 1,500원 정도 하는것에 비하면 책값이 상당히 비싼 편이다. 그래서 JTS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집에 동화책이 한 권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주면 무척 신기해하고 좋아한다. 교과서는 전부 흑백 갱지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TV조차 없는 이곳 아이들에게, 형형색색의 그림이 그려진 동화책은 단순한 책 이상의 의미가 있다.

 

크리스마스 전날, 2016년 12월에 준공한 수밀라오 군 특수학교에 산타 할아버지처럼 방문하여 학생들에게 동화책을 선물했다. 선물 상자에서 동화책을 직접 꺼내며 아이들은 무척 행복해 했다. 아이들은 동화책을 한 권씩 소중하게 가슴에 꼭 끌어안기도 하고, 신이 나서 엉덩이를 흔들며 춤도 추기도 했다.

 

 

리코더가 있는 교실

 

몇 해 전, 한국JTS의 캠페인을 통해 후원자분들께서 리코더, 멜로디언, 탬버린, 캐스터네츠, 심벌즈를 보내주신 적이 있었다. 필리핀은 악기가 비싸고 교사들도 악기를 다룰 줄 몰라, 음악 시간에는 노래만 배우고 부르는 것이 전부다. 교육대학 과정에 악기를 다루는 강의가 따로 없다고 한는데, 그래서인지 악기를 다룰 줄 아는 교사는 전체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악기를 잘 다루는 교사에게 한국에서 전달 받은 리코더와 멜로디언을 한 반에서 사용할 만큼 지원했다. 수밀라오와 딸라각의 특수학교에는 탬버린, 캐스터네츠, 심벌즈 등 장애 아동들이 쉽게 다룰 수 있는 악기를 지원했다. 생전 처음 다뤄보는 악기에 아이들은 마냥 신기해하며 연신 연주하기에 바빴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2016년 12월 22일,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리는 날 깔랑아난 학교를 방문했다. 깔랑아난은 부키드논 주 바웅온 군에 있는 원주민 산골 마을로, 2003년 필리핀JTS가 첫 사업을 시작한 곳이다. 이곳 학교에 JTS가 처음 방문했을 때, 아이들은 짓다 만 교실의 흙바닥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방문 이후 필리핀JTS 대표였던 도동 씨가 주민들과 회의를 거쳐 이곳에 학교를 건축했다.

 

 

-아버지 얘기에 울컥해 하는 깔랑아난 교장 선생님

 

학교에 들어서는 JTS 활동가들을 보자마자 교장 선생님은 “조인투게더 소사이어티”냐며, 오랜 벗을 만난 듯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학용품 전달식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그 중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아버지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원주민을 위한 사회운동을 하셨습니다. 원주민을 위한 일에 워낙 헌신적이었고, 가족과 집안일은 등한시하셨습니다. 그러다 제가 15살 무렵 사회 운동을 본격적으로 하시겠다며 집을 나가셨습니다. 저는 그런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고, 원망했습니다. 깔랑아난 학교 보수는 아버지가 바랑가이 캡틴(면장)이 되시고 난 후 처음으로 하신 프로젝트였습니다. 아버지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 현장에서 직접 일을 하셨습니다. 그때도 저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교직 생활을 22년이나 하고 난 후에야 아버지를 이해하게 됐습니다. 아버지는 누구보다 훌륭한 분이셨고, 원주민들의 행복과 권익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분이셨습니다. 그런 아버지에게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아버지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안 계십니다. 아버지는 몇 해 전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아버지 기일마다 아이들과 함께 아버지 묘에 찾아가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이곳 깔링아난에서 교장을 하면서 JTS를 만나기를 항상 희망하며, 하나님께 JTS 활동가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습니다. 그래서 며칠 전 JTS 활동가로부터 학교를 방문한다는 전화를 받고 뛸 듯이 기뻤습니다. 저는 내년에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야 해서, 올해가 JTS 활동가들을 만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JTS 같은 NGO가 있어서 원주민들의 삶은 더 나아졌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버지 얘기를 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어느덧 마무리

 

30여 곳의 JTS 학교 방문은, 이제 오버루킹 학교 한 곳만을 남겨두고 있다. 처음에는 몇 명 되지도 않는 활동가들이 과연 이 모든 학교를 방문할 수 있을까 걱정이었다. 학교에 방문해서 학용품을 나눠주는 시간은 길어야 1시간 정도지만, 그것을 준비하는 시간은 곱절 이상 걸린다. 교사에게 연락해서 받은 정보를 정리하고, 필요한 학용품을 구입해서 학년별로 포장하고, 차로 갈 수 없는 곳은 비가 올 것을 대비해 물품을 비닐로 포장한다. 학교를 다녀온 후에는 여분으로 챙겼던 학용품을 정리하고 방문 결과 보고서를 작성한다. 그제서야 한 학교의 교육지원 프로그램이 마무리된다.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교육지원 사업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학용품 지원을 마무리하고 이번에는 다물록 시를 방문했을 때 교사들로부터 요청 받은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2017년 1월 22부터 24일 까지 열릴 제 6차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선생님들이 더 행복해지고, 그 에너지가 아이들의 행복과 지역 주민들의 행복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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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댓글 1개
  •  황소연
    2017/03/07 09:56

    읽는내내 눈물이 났습니다^^;; 작은 정성과 큰 마음이 만들어낸 큰 선물이네요^^ 읽는 저도 기브고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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