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에서 활동하는 JTS의 다양한 표정,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전체보기

[표지사진 : 시험을 보기 위해 기숙사를 나서는 아이들의 모습이 진지하면서도 비장하기까지 하다.]

 

26일 전쟁

기말고사, 결전의 그날을 위해

드디어 기말고사가 시작되었다. 흥분과 긴장이 담긴 또랑또랑한 눈빛으로 아이들은 싯다르타 하우스(수자타 아카데미의 기숙사)를 나선다.

 

 

달콤 쌉쌀했던 26일에 대한 소회

 

지난 2월 13일, 108명의 아이들과 16명의 선생님들이 싯다르타 하우스에 입실하는 것을 시작으로 26일간의 기숙학습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전쟁 같은 날들이 지나고 어느덧 3주째를 맞으니, 올 것 같지 않았던 끝도 겨우 일주일을 남기고 있다. 기말고사가 끝나는 동시에 아이들은 아쉬운 마음으로 퇴실하게 될 것이고, 반면 선생님들은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게 되겠지?

 

 

[즐거운 표정으로 식사를 기다리는 아이들]

 

열정적인 선생님, 성장하는 아이들

 

학기말 고사에서 학생들의 낙제를 방지하고자 마련된 이 프로그램은 처음부터 교사들의 고생이 예견되어 있었다. 별도의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고 선생님들의 순수 자원봉사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라 아침과 저녁 짓는 일까지 모두 선생님들의 몫이다. 선생님들은 팀을 나눠 한 팀은 아이들의 자습을 봐주고, 다른 한 팀은 부엌에서 124명의 식사를 준비한다. 처음에는 일주일씩 팀을 번갈아 가며 진행하려 했지만 손이 모자라자 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전체 일정에 참여하겠다며 마음을 내 주었다. 밀가루를 반죽하여 뿌리(인도의 튀긴 납작한 밀가루 빵)을 튀겨내고, 무거운 밥통을 옮겨 배식을 준비하고, 식사가 끝나면 뒷마무리에 다음날 아침 재료 준비까지...... 전문 요리사도 아닌 선생님들이 26일 동안 학생들을 위해 편안한 가족과 집을 떠나, 여기 싯다르타 하우스의 부엌데기가 되었다.

다른 한 팀은 아이들의 질문에 답해주고, 숙제를 점검해주고, 모자란 학습을 도와준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아이들 밥 먹이고, 학교 나가 업무 보다가 다시 기숙사로 돌아와 아이들의 학습을 돌보고 저녁먹이고, 종례회의를 마치면 10시를 넘기기 일쑤다. 매일매일 전쟁을 치르는 전사들을 보는 듯하다. 아이들의 얼굴엔 포동포동 살이 올라가는데, 선생님들의 얼굴엔 두꺼운 피로가 쌓여간다.

 

 
[교사들이 배식 후 도구들을 정리하는 모습]

 

[한 팀의 교사들이 식사 준비 하는 동안 다른 한 팀은 아이들의 학습을 도와주고 있다]

 

공부만 하기 어려운 환경속의 아이들

 

인도의 학기는 4월이 시작이다. 새 학기에 앞서 치러지는 기말고사는 3월초에 치러지는데, 일정 이상의 성적이 나오지 않은 학생들은 낙제하여 유급으로 다시 그 학년을 다녀야 한다. 유급 된 아이들의 부모님들은 대게 아이들의 학습에 대해 큰 관심이 없고, 유급 된 아이들도 새 학급에 적응하지 못하고 학교에 안 나오다가 결국 학업을 중단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또한, 부모님들은 대부분 농사를 짓고 있어서 아이들은 집에 가면 집안일을 돕느라 공부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없다. 어려서부터 동생을 돌보고, 조금 크면 부엌일을 하고, 더 크면 밭일과 논일을 하며 집안일을 돕는다. 숙제를 안 해 오는 것이야 다반사다.

이제 막 아이들이 매일매일 학교에 나오는 습관이 들기 시작한 이곳에서 부모님들께 ‘아이들 일 좀 적게 시키고 공부할 시간 좀 주세요.’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아이들을 매일 학교에 보내주는 것만 해도 감사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아이들은 제 때 배워야 합니다.’라는 JTS의 기본이념을 따르기 위한 선생님들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그리하여 중학교 진급을 앞둔 4,5학년 초등생 중에서 성적이 많이 떨어지는 32명과, 더 이상 수자타 아카데미가 아닌 외부 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하는 중등생 76명 전원이 기말고사에 앞서 약 한 달간 기숙사 생활을 하며 단기 집중 학습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아이들이 수업 쉬는 시간에 자습을 하고 있다.]

 

108명 아이들과의 공동체 생활. 멘붕의 연속

 

익숙하지 않은 환경과 생활리듬, 먹거리에 적응하려는 탓인지 첫 한 주는 아픈 아이들이 속출하였다. 그 중에는 원인 모를 복통과 두통을 호소하는 아이들도 많았는데, 집과 떨어져 공동체 생활이 싫고, 억지로 공부하기 싫어서 온 가짜 통증임이 역력했다.

선생님들도 프로그램과 생활을 정비하고 공동체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을 훈련시키며 새로운 업무(밥짓기)에 적응하느라 마찬가지로 전쟁 같은 첫 주를 보냈다.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이렇게 고분군투하며 적응해가던 첫 주에는 외부로 흘러나가는 이야기에 대한 오해도 많아 아이들에게 못 먹을 것을 준다는 둥, 넉넉히 주지 않고 배를 곯린다는 둥, 아픈 아이들을 전혀 돌보지 않는다는 둥의 사실과 무관한 항의도 더러 받았다.

 

아이들이 마냥 예쁜 게 아니었다

 

나 또한 고생이 심하여, 시끄러운 게 당연한 아이들의 재잘대는 소리에 미치겠고, 몇 번이나 방을 돌아다니며 자라고~자라고~, 안자면 내일 벌주겠다고 먹히지 않는 협박을 해대고 다니는 것도 성질이 났다. 결국 선생님들마다 쫓아다니며 이 프로그램 내년엔 절대! NEVER! 다시는 만들지 말라며 설득을 넘어 압력을 행사하고 다녔다. 낙제하는 학생이 한명도 안 나와 내년에 다시 하게 되면 어쩔 거냐며 한 선생님을 볶아대니, 그런 일은 절! 대! 일어날 수 없으니 걱정을 하지 말란다.

 

 

[감자껍질을 까는 교사들]

 

고생과 보람의 한끝 차

 

그런데, 2주가 지나고 3주가 넘어서니 혼란이 잦아들고 프로그램이 안정되듯, 나의 정신상태도 훨씬 안정되었는지, 주변을 살피는 여유가 생겼다. 며칠 전 시작된 기말시험에 학습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어 자습시간에 가보면 공부 열기가 대단하다. 옆에 앉은 아이에게 묻는다.

“기숙학습 프로그램 어떠니?”

“보훗 아차(아주 좋아요)!”

내년에 이 전쟁을 다시하지 않으려면 나쁜 평가가 조금이라도 나와야하는데, 배운 게 ‘보훗 아차’란 단어밖에 없는지 묻는 아이들마다 전부 다 ‘보훗 아차’란다. 선생님들이 매일 버럭버럭 화를 내고, 부모님도 매일 못 보는데 뭐가 그리 좋냐니까 집에 가면 집안일 돕느라 공부할 시간이 한 시간도 안 나는데, 여기선 맘껏 공부할 수 있고 게다가 친구들과 공부할 수 있어서 좋단다. 그것뿐이랴, 흙집 얼개침대에서 형제들과 어깨 겹쳐 자다가, 수세식 변기가 있고, 전기가 들어오고, 2층 침대가 있는 기숙사 방에서 자는 것도, 영양가 높은 재료 듬뿍 들어간 밥을 아침, 저녁으로 먹는 것도 좋을 수밖에.......

“시험 잘 봤니?”

“네.”

5학년 아이가 자신 있게 대답한다.

“100점?”

“...... 50점이요.”

“......”

그 점수 받으려고 너도 나도 한 달 동안 이 고생을 하는구나. 그래도 낙제 커트라인이 32점이라니 낙제는 면했구나. 고생했다.

그런데도 마음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이 뿌듯함은 뭔지. 첫 애 낳을 때의 고통을 까맣게 잊고 다시 둘째 애를 갖는다는 여자들처럼, 내 머릿속에도 슬며시 다음해엔 이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어야할까 하는 고민이 자라고 있으니…….

이것 참 낭패로군.

 

 

[공부하는 아이]

 

 

[아침준비를 도와주는 필자] 



페이스북 댓글
이 글의 댓글 1개
  •  보리안
    2017/04/04 22:23

    아련히 떠오르는 그 옛날의 풍경같은 글... 감동과 감사!

게시판의 성격에 맞지 않는 글이나, 상업적 홍보글은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이름     비밀번호     인증번호     CD 댓글등록
다음글 선생님이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
이전글 극빈자 구호의 날
JTS 해외 활동소식(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