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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안녕, 연잎 
                   - 연잎에게 보내는 네 번째 편지

 지금 난 마을에서의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야. 아직 가시지 않은 수업의 여운을 그대로 전하고픈 마음은 산허리를 달려가며 위아래로 요동치는 차 안에서도 펜을 들을 들게 해.
 내가 갓 캄보디아에 도착했던 지난 6월. 전년도 사업장을 돌아보며 사업에 대한 교육을 받던 중, 한 학교의 교실에서 학생들이 그린 그림들을 보게 되었어. 국어, 수학, 사회가 전 과목인 교육환경에서 자생한 그림 그 자체보다 놀라웠던 것은 삐뚤빼뚤한 선을 타고 똑바로 전해지는 아이들의 마음이었어. 순수했어. 감동이었어. 그러다 내가 받은 이 감동을 다시 아이들에게 돌려주고 싶어지더라고. 아이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은 길지 않았어. 아이들을 위한 미술수업. 바로 그것이었지.



 결정이 난 일에 대해서 필요한 일을 준비하는 것은 누워서 염주 돌리기였어. 미술수업을 진행할 선생님 섭외, 대표님과 본부의 결제, 주 교육청의 승인, 대상학교의 일정 공유 등 아주 사소한 일들이었지. 차례차례 일을 진행해 가면서 청포도가 익어가는 내 고장 7월이면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았지. 그런데 그만. 마지막 단계인 일정 공유에서 예상했어야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복병이 등장해버리고 말았던 거야. 응. 학생들의 로망, 여름방학이었던 거지. 그 즉시 모든 것이 멈추어 버린 상황 속에서 비만큼은 꾸준히도 내리더라. 주르륵주르륵.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빗줄기도, 기나긴 방학도 한 해를 넘길 수는 없는 모양인지 마침내11월이 되니 끝이 났어. 그리고 그 끝은 미술 수업의 시작이었지.
 학생들로 가득 찬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쏟아지는 눈빛들로 교실은 밤하늘만큼 빛나고 있었어. 그리고 밤하늘처럼 고요했어. 소리 없이 빛나고 있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이름을 물어보면 그 별들은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거나 한참을 머뭇거린 끝에 개미만한 목소리로 겨우겨우 이름을 얘기하곤 했어. 안타까웠어. 자기 이름조차 쉽게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가슴이 시렸어.
 색연필을 이용한 첫 수업이 진행되면서 조금씩이었던 것 같아. 아이들은 서투른 손놀림으로 느리지만 분명하게 자신을 표현하고 있었어. 그러면서 그 얼굴들. 시린 밤하늘처럼 굳어있던 아이들의 표정이 녹아내리고 있었어. 느낄 수 있었어.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자연에서 자란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일거란 생각이 들었어. 거칠고 투박한 날 것 그대로인 모습. 그러나 변화에 그 무엇보다 유연한 모습.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 그 모습이 내 눈앞에 앉아 있는 아이들의 실제 모습이었던 거야.
 있는 그대로의 아이들의 모습을 보게 되자 안타까움도 가슴시림도 사라졌어. 교실안의 별들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고 이제 내가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어. 아이들의 마음의 소리가 마음으로 들리었어.
 두 번째 수업에서 생전 처음 만진 물감으로 한 송이 한 송이 조심스레 꽃을 피워내는 아이들은 그 어떤 화가보다 진지했어. 그 모습은 세상 어떤 꽃보다 아름다웠고, 저 마다 피워 낸 환한 미소로 교실은 온통 꽃밭이었어.  



 그리고 마지막 수업.
 처음엔 별이었다가 그 다음엔 꽃으로 피어난 아이들은 마침내 그냥 아이들이 되었어. 별을 닮은 두 눈과 쉴 새 없이 피워내는 웃음꽃으로 더 없이 충분한 아이들이었어. 우리 모두의 소중한 아이들이었어.
 아직도 내 마음은 학교 복도에서 손을 흔들며 배웅해주던 아이들의 모습에 멈춰있어. 스스로 그리고 오려서 만든 동물가면을 얼굴에 쓰고 환하게 미소 짓던 그 모습이 차창에 맺혀있는 것만 같아. 언제 그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되려는지 알 수 없겠지만 다시 만나는 그 날에도 서로를 향해 밝게 웃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겠지.




 당신과도 뜨겁게 만날 그날을 기다려. 오늘도 웃으며.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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