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캄보디아의 라따나끼리에는 툼푼릉톰 마을이 있다. 이 마을 안에는 5개의 작은 마을이 있으며 전형적인 산골 농촌이다. 소수 부족들이 사는 이 마을에는, 곧 쓰러질 것 같은, 나무로 된 학교가 있다. 학교는 좁을 뿐만 아니라 많이 기울어져서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매우 위험한 건물이다. 주민들이 안전하고 튼튼한 학교를 원해서 새로 짓기로 했다. 그래서 작년 8월에 학교 공사의 첫 삽을 드디어 떴다. 하지만 학교를 손수 지겠다던 주민들은 하나 둘 자취를 감추더니 올 1월에 공사가 완전 중단되었다.
캄보디아 JTS 김재령 활동가

“여기 뭐 하러 왔어요?”
올 6월에 캄보디아에 파견되어서 1월부터 방치된 미완의 학교 건물을 바라보니 쓸쓸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그 옆에서 쓰러져가는, 나무로 된 자그마한 옛날 학교를 보니 안타까운 마음에 더운 여름인데도 가슴이 서늘해진다. 나는 마을 지도자들을 만나기로 했다. 6월에 면청에서 마을 지도자들에게 웃으면서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데 한 분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여기 뭐 하러 왔어요?”라고 한다.
첫 만남에서 이런 소리를 들으니 적잖이 놀랐고, 앞으로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약속이 되어 있었지만 나는 자초지종을 다시 설명을 하였다.

“마을 주민은 학교 건축에 참여 안 합니다.”
나는 마을 지도자들의 이야기를 먼저 듣고 싶었다.
“가슴 속에 묻어둔 모든 불만과 어려움을 이야기 해 보십시오. 날씨도 더운데 속이 시원해질 때까지 모든 걸 말씀해 보십시오.”
마을 지도자들은 평소에 가졌던 여러 불만들을 하나씩 꺼낸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충분히 공감되고 이해가 되었다. 학교를 짓기 전에는 학교가 필요하니 주민들이 손수 짓겠다고 약속하였지만, 막상 공사를 시작하고 보니 여러 어려움이 닥치면서 마음이 바뀐 것이다. 나는 절충점을 찾아서 여러 제안을 마을 지도자들에게 하였는데, 돌아온 대답은 “JTS가 학교를 짓든 말든 알아서 하세요. 마을 주민은 학교 건축에 참여 안 합니다.”였다.

“주인이 주인 노릇 하기가 싫다고 하네.”
새로운 학교를 손수 짓겠다는 주인의 마음이 바뀌어서 학교를 안 짓겠다고 하니 참으로 난감했다.
‘주인이 마음이 바뀌어서 주인 노릇 하기가 싫다고 하네.’이런 생각이 들면서, “예. 좋습니다. 마을 주민이 주인인데, 주인이 학교를 원하지 않으시니 학교 공사를 중단합시다.”라고 이야기를 하면 더운 여름에 속이 시원할 것 같은데 차마 이 말을 못 했다. 짓다만 학교이다 보니 학교 건물은 동네에서 흉흉한 몰골로 서 있고, 후원자들의 소중한 돈으로 구입한 건축 자재들은 주인을 잃고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공부할 곳이 없어서 이리저리 정처 없이 떠도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새로운 학교는 1년이 넘도록 완공이 안 되었고, 옛날 학교는 언제 내려앉을지 몰라 위험하니 아이들이 공부할 곳이 없어진 것이다.




학교 공사가 원활하지 않으면 학교 완공 후에 아이들이 학교 잘 나오지 않는다.
아프가니스탄과 인도에 있을 때, 주민들이 학교를 간절하게 원하면 툼푼릉톰 마을보다 더 가난하고 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기 자식들이 다닐 학교를 손수 짓는 것을 보았다. 부모님들이 학교의 중요성을 알고 관심과 애정으로 학교를 지으면, 아이들도 학교에 잘 나오고 공부도 잘 한다. 그런데 부모님들이 학교에 대한 절박함이 없어서 관심과 애정이 없으면 학교 공사가 원활하지 않고, 우여곡절 끝에 학교를 하나 지었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이 학교에 잘 나오지 않는다.

나의 최종 목표는 학교 건물이 아니라 문맹퇴치이다!
‘남의 자식도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키우면 내 자식 같고, 내 자식도 관심과 애정이 없으면 남의 자식 같다.’라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좋은 학교를 마을에 만들었다고 해도 주민들이 관심과 애정이 없으면 학교는 학교가 아니라 하나의 시멘트 건물일 뿐이다. 나는 JTS 학교를 하나 만들고 싶은 생각보다 툼푼릉톰 마을 학교를 하나 만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나의 최종 목표는 학교 하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학교에서 글자를 터득해서 문맹을 퇴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사를 다시 시작하는 일만 남았다.
옛말에 그 좋은 평양 감사도 자기가 하기 싫으면 안 한다고 했다. 그런데 학교 짓는 일을 싫어하는 주민들은 오죽하겠는가? 주민들을 보면 당장이라도 철수하고 싶지만, 아이들을 보면 어떻게든 이 마을에 학교를 완공하고 싶었다. 일단 학교 주변에 널브러진 건축 자재부터 정리를 하면서 주민들을 기다리기로 하였다. 마음을 느긋하게 가지고 군수, 도 교육청장, 군 교육청장, 면장, 이장님들을 차례로 만나면서, 학교 완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내 의지를 보여주었다. 세 달을 기다린 공이 있었는지 주민들과 학교 공사재개를 극적으로 합의하였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군수님이 한 말씀 하신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JTS를 보면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이제 공사를 다시 시작하는 일만 남았다.



학교 완공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학교를 짓는 공사가 다시 시작되었지만 주민들은 가뭄에 콩 나듯 드문드문 나오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학교 건축 현장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남녀가 서로 애정이 없더라도 함께 살면서 어려움을 함께 해쳐나가면 서서히 정이 드는 경우도 있다. 주민들이 지금은 학교에 대한 애정이 식었지만 학교 공사를 하다보면 애정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사가 중단되면 마을에 가서 이장님들을 만나서 부탁도 하고 설득도 하였다. 쉽지는 않았지만 학교 건축은 중간에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정말 천만다행이었다. 

이렇게라도 학교 공사가 계속된다는 것은 그래도 주민들이 학교에 애정이 있다는 반증이고, 아이들도 중간에 학교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올 확률이 높은 것이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툼푼릉톰 마을 학교가 주민들 손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학교가 하나 만들어졌다고 모두 끝난 게 아니다. 이제부터 아이들을 학교에 오게 하는 일이 시작된 것이다. 이곳 아이들은 교복과 책가방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교복과 책가방을 거저 주지 않고, 학교에 오게 하는 당근으로 쓰기로 했다.

“한 달 후에 교복과 책가방을 줄 것인데 결석하는 학생은 못 받아요.”

이렇게 문맹 퇴치에 한 걸음 더 다가간다.



 


페이스북 댓글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게시판의 성격에 맞지 않는 글이나, 상업적 홍보글은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이름     비밀번호     인증번호     CD 댓글등록
다음글 [다음글이 없습니다.]
이전글 어린이가 어린이의 희망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