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아이를 가졌어요 

둥게스와리 임산부 지원 사업

 

인도JTS는 영유아의 사망률을 낮추고 저체중아를 줄이기 위해 둥게스와리 마을 임산부들에게 4회에 걸쳐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비타민과 영양식, 위생용품을 지원하고 있다. 나는 한 달에 한 번씩 그녀들을 만난다.

글쓴이 : 인도JTS 백은하 활동가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우기의 축축한 더위가 물러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2016년 모자보건 사업도 마무리가 되어간다. 인도에 와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될 무렵에 지바카 병원 업무를 시작했고, 이곳 주민들을 만나며 인도를 경험하고 있다.

 

이곳 둥게스와리는 내가 살아왔던 환경과 너무 다르다. 사람을 차별하는 카스트제도가 공식적으로는 없어졌지만, 이곳 사람들의 인식과 문화 속에는 뿌리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시체를 버리던 곳, 버려진 땅이라는 뜻의 ‘둥게스와리’라는 지명이 말해주듯, 제일 척박한 땅이 계급에 밀려난 불가촉천민들의 차지가 된 것이다. 영어 글귀가 적힌 티셔츠를 입기도 하고, 손에 휴대폰을 든 사람이 보이고, 마을에 조그마한 전등 불빛도 반짝이지만, 생활 속으로 들어가 보면 맨발로 흙바닥을 거침없이 걸어 다니고, 화장실이 존재하지 않고, 바닥의 흙으로 설거지하는 그들의 모습은, 2600년 전 과거의 모습과 현대의 모습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사회적 약자인 아이와 여성, 그리고 노인의 삶은 당연히 더 열악하다. 아이들은 기본적인 병에도 취약하며,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에 지나지 않고, 늙은 사람은 보살핌을 받지 못한다. 지바카 병원은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모자보건 사업도 그 사업 중 하나이다.

 

 

[지원받는 임산부들]

 

영양이 충분한 먹을거리가 부족하다 보니 산모의 건강이 문제 되고 그런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은 저체중아 비율도 높고 사망률도 여전히 높은 실정이다. 그래서 영유아 사망률이 높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모자보건 사업을 통해 임산부들을 지원하고 있다. 

 

임산부 지원 사업은 2015년 수자타아카데미와 접하고 있는 2개 마을에서 시범적으로 시작해서 올해는 6개 마을을 지원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11개 마을로 지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2개 마을, 10명의 임산부로 시작한 사업 대상자는 올해 100여 명이 되었고, 내년에는 200명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원 대상 임산부에게는 시기별로 네 차례에 걸쳐 필요한 예방접종을 하고 영양제와 영양식, 출산용 위생용품을 지급한다.

 

 

[지원 물품준비를 마치고 '줄서세요'외침]

 

JTS의 임산부 지원 사업 초기에는 임산부 대상 교육과 마을별 담당 리더(마을 이장)들의 솔선수범이 한몫했고, 지금은 지원받은 경험이 있는 산모들의 입소문으로 임산부들이 자발적으로 병원을 찾아와 등록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임산부 지원 날짜를 정해 마을 리더들에게 미리 지원 날짜를 알리고 찾아간다. 나는 서류를 통해 먼저 그녀들을 만나고, 그 날 처음 실제로 그녀들과 만나게 된다. 서류에는 임신 3개월이라고 적힌 임산부가 1차 지원 물품을 받는데 그녀의 배는 이미 만삭이다. 임신 8개월이라고 적힌 임산부가 3차 지원 물품을 받는데 아직도 배는 평평하다. 이제 임신 7개월이라고 쓰여 있는데 벌써 아기를 낳아서 안고 찾아온다. 처음에는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지원 대상자 등록 상황을 보고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담당자'안주 씨'와 의논하고 있음]

 

담당자인 대학생 안주 씨가 임산부 지원 대상자 등록을 받으며 임산부에게 “몇 살이에요? 임신 몇 개월째인가요?”하고 묻는다. 글을 모르고 숫자에 대한 개념도 적은 그녀들이 수줍어하는 얼굴로 얼버무리며 모른다고 대답하면, 이런 상황에 익숙한 안주 씨는 얼굴을 한 번 쳐다보고는 22살이라고 적기도 하고, 35살이라고 적기도 한다. 그 상황에서 같은 인도 사람이니 나이는 대충 짐작하는데, 안주 씨도 임신 개월 수를 눈대중으로 짐작하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담당자가 몇개월이에요? 묻고있음]

 

처음에는 ‘어떻게 나이를 모르지? 임신한 지 몇 개월인지 왜 모르지?’ 하며 의아해했지만, 올해가 몇 년도인지도 모르고, 가임기와 생리 주기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한국에서는 약국에만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는 임신판정 시약이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그녀들에게는 당연한 일인 것이다.

 

상황이 이해가 되니 마음 한구석이 저릿하게 아파져 왔다. 내가 누리며 살았던 것이 전 세계에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것도 아니었고, 취약한 지식과 환경 때문에 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이들과 함께하면서 과할 정도로 누리고 살았던 삶에 대해 반성하게 된다.

 

JTS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약자를 더 배려하며, 기본에 충실한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건강한 산모가 건강한 아이를 낳고, 그 신생아가 기본적인 예방접종을 받아 건강하게 자라서 수자타아카데미를 졸업하고, 현재 봉사활동을 하는 안주 씨처럼 베푸는 자리에서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나는 병원을 방문하는 그녀들을 만난다.

 

 

[임산부지원을 하고 있는 담당스태프 안주 씨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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