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식전 댓바람부터 동네아이들 학교 가는 소리로 바깥은 시끌법적합니다.
초등학생 교복인 하얀 상의와 빨간 치마, 그리고 하얀 히잡을 착용하고 학교에 가는 어린아이들을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제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한국의 70년대로 되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 때 저희도 비록 가난했지만 지금 여기 아이들처럼 축구공 하나만 있으면 온 동네 아이들이 하루 온종일 즐겁게 놀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죠. 매일같이 학교운동장에서 놀다가 저녁 늦게 들어가면 공부는 안하고 맨날 싸돌아 다닌다고 어머님께 혼났던 기억, 주말이면 동네친구들끼리 더 멀리 유달산이나 선창가 쪽으로 놀러 갔다가 타 동네 아이들과 시비가 붙어 옷이나 얼굴이 엉망이 되어 몰래 집에 숨어들던 기억, 그래도 그때는 방에서 공부하는 애들보다는 바깥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아이들이 더 정상적으로 보였고 오히려 방에서 공부만 하는 애들이 더 이상하게 보이던 시절이었죠. 우리 그때처럼 지금 여기 애들도 학교만 끝나면 책가방 던져놓고 놀러 다니기 바쁩니다. 가끔 부모님께 소꼴 안 베어 놓았다고 꾸중도 듣긴 하지만요.




 올해 저희 JTS가 이 곳 루북바숭(LUBUK BASUNG)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유치원 신축공사, 식수개선 사업(지하수파주기) 그리고 관개수로 공사입니다. 

 유치원 신축공사는 이 지역 내 4개 마을과 이 지역 외 1개마을에서 진행되고 있고, 현재 벽체공사를 모두 마치고 지붕공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참, 엊그제 깜뿡삐낭이란 마을은 지붕공사까지도 마쳤으니 이제 내부천정 작업에 들어가겠군요. 교실 수는 총 14칸이며 교실 1칸에 적게는 20명 많게는 30명의 학생을 수용하니 총 400여명의 이 지역 어린이들이 양질의 교육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교무실은 총 5칸에 18분 정도의 교사가 근무하게 되며 교사충원은 건물이 완공되는 대로 정부에서 지원해주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그리고 건물 외 담장공사 및 전기, 급수시설, 배수로, 책·걸상 그리고 여건이 되면 운동장 놀이시설까지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그래도 완공되면 아마 이 지역에선 제일 시설이 좋은 유치원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




 식수개선사업은 모든 가구를 대상으로 하기엔 무리가 있어 지금 짓고 있는 유치원에 건축공사와 더불어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식수는 크게 2가지 방식으로 공급을 받고 있습니다. 하나가 상류에 있는 마니자우 호수로부터 공급받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직접 지하수나 우물을 직접 파서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제가 보기에 2가지 방식 모두 식수로서는 불합격 판정입니다. 마닌자우 호수로부터 공급받는 방식은 상수도 정화시설이 없기 때문에 오염된 호숫물을 바로 받아서 먹고 있는 실정입니다. 더군다나 호숫가에는 수 많은 양어장도 있으니 수질오염은 두 말할 나위가 없겠죠. 두 번째 방식인 지하수나 우물 또한 안전하지 않습니다. 이 동네 사람들은 우리같이 깊게 지하수를 파지 않습니다. 10m정도 파들어가서 물이 나오면 그냥 그 물을 식수로 사용합니다. 더 얕은 우물은 두 말할 필요가 없겠죠. 그러다보니 오염된 지표수가 그대로 지하수나 우물로 스며들어 냄새가 심한 물을 그대로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거죠. 물론 경제적으로 넉넉한 집들은 정수시설을 갖춘 가게에서 식수를 사먹고 있다고는 하나 그 또한 장사꾼들이 하는 일이라 온전히 믿기 힘든 실정입니다.


 다행히 저희는 숭에자리앙(SUNGAI JARIANG)지역 유치원에 이 지역 기준으로 보면 제법 깊은 36m 지하수를 파고 양수모터를 지급해 주었고 아낙 아이르 꾸마얀(ANAK AIR KUMAYAN)지역은 24m 지하수를 파고 양수모터를 지급해 주었습니다. 아낙 아이르 꾸마얀 지역은 밀림지역이라 오염도가 낮기 때문에 그 정도 깊이만 파줘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대신에 바뚜함빠르 지역은 기존에 폐쇄된 우물을 재활용하기로 했는데 제 맘 같아선 좀 더 깊게 파서 양질의 식수를 공급받기를 원했지만 마을사람들은 이 정도 깊이로도 충분하다고 하니 별 수 없이 콘크리트 관으로 우물보강하고 2~3m정도 추가공사 후 마무리를 하였습니다. 현지인과 한국인 식수기준의 차이를 여실히 느낄수 있는 날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관개수로 공사가 있는데 이 사업은 조만간 착수할 예정입니다. 제법 비가 오는 동네지만 기반시설이 부족한 지역이라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주민에게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우리와 달리 인도네시아는 땅도 넓고 기후도 받쳐주기 때문에 기반시설만 충분하면 수 많은 곡창지대를 만들어 낼 수 있건만 아직까지 기본 인프라 부족으로 식량을 자급하지 못하고 실정입니다. 저희 사업은 띠띠산 뚱강(TITISAN TUNGGANG)이라는 마을에서 하는데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얼마전 회의를 열어 우리사업을 받아들이겠다고 공문이 날라왔네요. 가끔씩 느끼는 거지만 공문을 포함한 후세에 남길 기록물들은 이렇게 써야 한다고 생각이 듭니다. 준다고 무작정 받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 의견이 이러 이러하니까 받아들이겠다고 당당하게 기록해야죠.
어쨌든 이 지역에서 저희는 공사에 필요한 모든 자재를 대고 노동력과 부지제공 등은 현지에서 책임지기로 했습니다. 수로 연장 총 2km의 공사이며 동네 옆으로 흐르는 강물을 큰 수로로 받아들여 지선으로 각 논에 공급할 예정입니다. 물론 수량조절을 할 수 있는 수문도 공급할 예정입니다. 아직까지 이 지역을 포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성과가 좋으면 내년에도 계속 사업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여기에서 사업을 하려면 우선 우리 70년대 정서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의 잣대가 아닌 인정에 이끌려 잘잘못을 따지고 공적인 약속을 몇 시 몇 분이 아닌 점심때쯤 아니면 저녁나절 이라고 표현하는 곳에서 21C 대한민국 사고방식으로 사업하면 쉽게 지칠 수 밖에 없습니다. ‘목적지는 늘 염두에 두되 가는 길은 조금 돌아가도 된다’고 생각하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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