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에서 활동하는 JTS의 다양한 표정,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필리핀

건물은 완성됐지만, 학교는 완성되지 않았다

JTS의 두 번째 장애인 학교 – 수밀라오 특수학교 이야기

 

 

민다나오 섬 부키드논 주 수밀라오 지역에서 진행 중인 장애인 특수학교와 기숙사 건축 사업이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우연히 공사현장을 방문한 부키드논 주 교육감 토레스 씨는 “이번 장애인 특수학교는 필리핀에서 아주 특별한 시설”이라며 감탄했다. 이번 학교는 JTS가 필리핀에 지은 두 번째 장애인 특수학교다. JTS와 장애인 특수학교의 첫 번째 인연은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글쓴이 : 필리핀 JTS- 송치현 활동가

 

 

첫 장애인 학교가 맺어준 인연

 

13년 전, JTS는 민다나오 섬 부키드논 주 딸라각 군에 위치한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여느 학교와 다를 바 없는 이곳에서 방문단의 시선이 멈춘 곳은 한 교실이었다. 그 교실에서는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한 명의 선생님과 공부를 하고 있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헌신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모습에 감동한 방문단은 이들의 수업 환경을 개선할 방법을 찾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JTS는 이례적으로 장애 아동들을 위한 특수학교를 짓게 되었다.

 

작년 8월, JTS는 10년 만에 딸라각 특수학교를 다시 한 번 찾았다. 학교와 기숙사는 어느새 많이 낡아 있어 보수 작업을 하기로 하고, 기숙사에 아이들을 위해 침대 등 가구도 새로 마련해주기로 했다. JTS에 고맙다며 감사를 표한 딸라각 군 교육담당관은 보수 공사가 마무리될 즈음 다른 지역으로 인사이동을 했다.

그리고 올해 1월, 수밀라오 지역에서 장애인 특수학교를 지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요청 한 사람은 딸라각 특수학교를 보수 할 당시 교육담당관이었던 로지타씨 였다. 수밀라오에 교육담당관으로 왔다며 인사를 한 그는 이곳에도 많은 장애아동이 있다고 했다.

 

사업 대상지로 적합한지 조사한 결과, 수밀라오 군 전체의 장애아동 84명 중 단 4명 만이 정규 교육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그들마저도 일반 학생들과 함께 학교에 다닐 뿐, 정규 교육에서 소외되어 있었다. 가난으로 장애진단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수를 생각하면 실제 장애아동의 수는 더욱 많아질 것이므로, 장애인 특수학교 건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수밀라오 군의 장애아동]

 

건축에 앞서 풀어야 할 숙제

 

수밀라오 군에 장애인 특수학교와 기숙사를 짓기 위해서는, 건축 이후에 학교와 기숙사를 어떻게 운영할지 결정해야 했다. 작년에 딸라각 특수학교를 보수하면서 알게 된 학교 운영 상태는 매우 열악했다. 전교생 35명 중 기숙사생이 십여 명인데, 군청과 외부 재단에서 받던 식비 지원이 끊겨 끼니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고, 기숙사는 관리인도 없었다.

 

교육청이나 군청에서 예산이 지원되지 않아 평일에는 선생님 한 명이 기숙사에 머물면서 관리인 역할을 하고, 주말에는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있었다. 학부모들이 기숙사 식비와 주말에 집에 다녀올 교통비를 지불할 여유가 없다 보니, 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출석률도 점점 떨어졌다고 한다. 결국, 새로운 학교 운영 방안을 마련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딸라각 군과의 협의가 진행 중이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장애인 특수학교 건축사업은 건물보다 학교 운영에 대한 계획을 먼저 수립한 이후에 진행하기로 했다. 

 

각자의 역할에 대해 합의하다


학교 건축과 운영을 위한 수밀라오 군 관계자들과의 첫 번째 회의. 장애인 특수학교 건축을 요청한 수밀라오 군 교육담당관 로지타씨를 비롯하여 군 의회 교육위원장, 수밀라오 군 소속 면장 대표, 학교 교장 등이 참석했다. 먼저 JTS는 JTS의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장애인 학교를 건축할 용의는 있으나, 수밀리오 지역 관계자들이 학교 운영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학교 건축은 시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학교를 짓는 첫 단계는 JTS가 시작할 수 있지만, 운영은 수밀라오 지역 사람들이 온전하게 책임져야만 한다. 각자가 힘을 모아 함께 운영하는 학교라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들어가야 추후 운영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다.

 

이런 입장이 명확해지자 수밀라오 지역 관계자들은 장애인 특수학교의 건축과 운영을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할 것인지를 다음 회의에서 제시했다. 부키드논주 교육청은 지속해서 정규교사 2명을 파견하고 그들의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으며, 군청은 임시교사 2명의 급여를 지원하고 건축 현장에 매주 수석 엔지니어를 파견하여 기술적 조언과 감리를 담당하기로 했다. 수밀라오 교육담당관은 기숙사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면서 안전을 책임질 관리인의 급여를 지급하기로 했으며, 다른 학교들은 지역 정부의 공용차량을 특수학교 학생들이 주말에 집에 다녀오는 데 사용하도록 동의했다. 마지막으로 학부모들은 자원봉사 시스템을 마련하여 기숙사생을 위한 식료품과 식사준비, 건물 청소 등을 하기로 했다.

 

 

[학부모들이 장애인 학교 운영에 자원봉사로 참여하겠다는 서약을 하고 있다]

 

학교 운영에 대하여 합의서 서명만이 남은 5월, 필리핀은 대통령부터 모든 선출직 공무원을 다시 뽑는 선거를 했다. 수밀라오에서는 예상을 깨고 새로운 군수가 당선되었다. 군청과 합의를 본 사항들이 백지화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이에 교육담당관은 새로 당선된 군수를 찾아가 장애인 학교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을 하였고, 다행히도 군수는 합의된 내용을 그대로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7월, 새로 당선된 군수가 정식으로 취임한 이후 장애인 특수학교 건축과 관련된 사람들은 대표 모임을 열고 합의서에 서명하였다.

 

 

[수밀라오 장애인학교와 관련된 당사자들이 합의서에 최종 서명하고 있다]

 

시작된 공사, 고마운 도움들

 

새 군수와 구두 합의가 5월에 이뤄지고 6월부터 학교공사가 시작되었다. 교실은 학생들이 실내에서 체육 활동을 할 수 있는 큰 교실 1칸과 수업을 하는 작은 교실 3칸으로 하고, 모든 교실에 화장실을 설치하기로 했다. 기숙사는 8인 기준 침실 4칸과 거실, 부엌, 식당까지 갖춘 쾌적한 시설로 만들기로 했다. 학생들이 사용할 침대와 식탁 등 각종 가구도 설치하기로 했다.

 

[공사 진행 중인 기숙사 건물 모습]

 

 

[마무리되어가는 학교 건물 모습]

 

수밀라오 특수학교 건축에는 JTS와 기존에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이 함께 했다. 이번 공사를 책임진 건축가 로리코 씨는 작년 딸라각 군 장애인 학교 보수공사에 참여했던 사람이다. 로리코 씨는 학교 건축을 진행하면서 교실을 사용할 아이들과 교사의 입장에 서서 사업을 바라보며 다양한 개선책을 제시했다.

 

[건축 계획에 관해 설명하는 건축업자 로리코씨]

 

또한 올해 새로 당선된 부키드논 주 부주지사는, 마놀로폴티치 군수로 재직하던 시절 JTS와 함께 학교건축 사업을 한 인연으로 이번 공사에 큰 도움을 주었다. 공사 부지가 기울어져 있어 이를 메우기 위해 많은 흙이 필요했는데, 가난한 수밀라오 군청은 흙을 운반할 트럭을 1대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에 부키드논 주 부주지사는 다른 지역에서 트럭을 수소문해 주었고, 덕분에 공사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건물은 완성됐지만, 학교는 완성되지 않았다

 

여러 사람의 협조로 공사는 순조롭게 마무리되어가고 있지만, 앞으로의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공사 시작 전에 체결한 지역 정부 등 관계자들의 합의 내용이 지켜져야 학교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다. 교육청, 군청, 교육담당관, 학부모 단체가 약속한 내용을 하나라도 지키지 않으면, 장애인 학교를 만들어 놓고도 운영이 어렵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생님과 부모의 역할이다. 지역 정부와 교육청의 예산 지원은 향후 몇 년이 지나면 상황에 따라 변할 수도 있지만, 장애아동들을 직접 대하는 교사와 학부모들이 애정을 가지고 꾸준히 제 역할을 한다면, 학교는 어떻게든 운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 아동들의 마지막 보호처인 그들이 지치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학부모에게도 교육을 제공하여 그들의 고충을 덜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모두가 함께 협력하여 만들고 있는 수밀라오 군 특수학교가 잘 운영되어, 수밀라오의 장애아동들이 교실에서 더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수밀라오 장애인 특수학교의 교사들] 



페이스북 댓글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게시판의 성격에 맞지 않는 글이나, 상업적 홍보글은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이름     비밀번호     인증번호     CD 댓글등록
다음글 참 귀엽지요?
이전글 수밀라오에 기숙사까지!!
JTS 필리핀 활동소식(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