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필리핀JTS 박영일 활동가 

지난 4일 필리핀 민다나오 JTS 센터에 들어 온지도 어언 한 달이 다 되어간다. 한국을 떠나올 때는 날씨가 아직 제법 쌀쌀했는데 이곳은 한 두 달을 훌쩍 점프하여 완연한 봄 날씨이다. 이곳에 오기 전 사진으로만 민다나오 JTS 센터를 접했을 때에는 따뜻한 지상 낙원이겠거니 짐작했지만 막상 살아보니 꼭 그런 것 같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대기의 흐름이 수시로 바뀌어 간헐적으로 비가 내리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온도와 습도가 롤러코스터를 타기 때문이다.

내가 이곳에서 맡은 업무는 사무, 재정, 홍보 등 사무국 전반을 총괄하고 JTS 센터 시범농장을 운영하는 것이다. 아침밥을 먹자 마자 한 두 시간씩 흙을 밟고 풀을 베다가 땀이 날 때쯤 사무실로 돌아와 일상업무를 보다 보면 번뇌망상이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다. 정신적으로는 참 여유롭고 넉넉한 생활이다.


▲ 고구마 밭에서 일하는 필자

이곳의 시범농장은 굉장히 넓다. 한 바퀴 돌아보는 데만 30분정도 걸리는 너른 땅에 옥수수와 카사바, 고구마, 바나나 등을 재배하고 텃밭에는 가지, 당근, 무 등 각종 야채들을 심어놨다. 축사에서는 소와 돼지, 닭을 기르고 컴포스팅 하우스에서는 닭 똥과 풀을 삭혀 퇴비를 만든다. 시범농장 구석 구석을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체력적으로 지칠 만도 하지만 도시에서 20여년을 살아온 나로서는 자연과 더불어 지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감사하다.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주말을 제외하고 사흘 동안 마을 청년들을 고용해 농장에 옥수수를 심었다. 먼저 카라바우(carabao)라 불리는 물소를 이용하여 땅을 고르게 갈고 움푹 패인 고랑에 퇴비를 한 움큼씩 뿌린 후 옥수수 낱알을 넣고 발로 꾹꾹 밟아준다. 우리네 같으면 퇴비와 흙을 잘 섞어 두둑을 만들고 그 위에 낱알을 심을 텐데 이곳은 정반대이다. 나중에 이유를 들어보니 비가 자주 내려서 미처 자라지 못한 옥수수 종자가 빗물에 쓸려 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한다.


▲  카라바우를 이용해 밭을 가는 모습


▲ 마을 주민들과 퇴비를 나눠 담는 모습

애초에 백일출가를 마치고 해외 자원활동을 선택한 이유가 세상의 이치를 머리로 아는게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체험하고 공감하기 위함이었다. 내가 살아왔던 곳과 문화와 풍토가 다른 이곳 필리핀 민다나오 땅에서 별 생각 없이 이 곳 사람들의 생활 양식에 맞춰 살아가다 보면 자연스레 좋은 화두거리들이 생길 것만 같다. 예전에 한 때 ‘국제 개발’이니 ‘공적 원조(ODA)’니 이론가들의 얘기에 귀 기울였던 적도 있었지만, 실제로 주민들의 삶의 현장에 들어가 그들의 오랜 지혜야 말로 가장 대안적인 삶의 방식이고 나아가 세상의 모든 것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야 말로 진정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공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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