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만타부(Mantabo-o) 마을은 필리핀JTS에서 처음 지원할 때에만 해도 전기도 들지 않고 가끔 신인민 해방군(NPA)이 강을 따라 넘나드는 두메산골이라 어느 바랑가이(한국의 면(面) 단위 행정구역)에서도 신경 쓰지 않는 곳이었다. 하지만 2006년 4월부터 8월까지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주민들이 의기투합하여 교실 2칸짜리 학교를 지은 이후, 이제는 거주민 100가구가 넘고, 커피와 아바카(abaca) 직물 등 상품작물을 카라바오(필리핀 물소)에 실어 밖에다 팔 수 있는 제법 잘 사는 마을이 되었다.

 

 필리핀JTS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이 마을에서 시범 마을 사업을 해왔다. 학교 선생님들과 협력하여 손 씻기와 이 닦기 등 위생교육을 하고, 학부모회를 중심으로 학교 텃밭을 만들어 운영하는 일을 도왔다. 작년 7월에는 마닐라 정토회의 한 후원자의 제안으로 이 마을 주민 37가구에 태양광 전구를 보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135명이나 되는 학생들을 교실 두 칸에 모두 수용할 수 없으니 새로운 교실을 더 만들어 달라는 목소리를 낸 것은 다름 아닌 학교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이었다. JTS에서는 우선 주민들에게 대나무로 임시 교실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주민들에게 공사에 필요한 못을 지원했다.

 

 ▲ JTS가 지원한 못을 살펴보는 주민

 

 필리핀JTS가 지난 12년간 민다나오 전역의 오지 마을에 학교를 지으며 가장 어렵게 느낀 점은 교육부의 관심과 지원을 어떻게 끌어내느냐는 것이다. 지방정부, 마을 주민들과 협력하여 어렵사리 학교를 완성하더라도, 교육부에서 교사 파견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문을 닫는 학교가 부지기수였기 때문이다. 만타부 학교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지난해야 비로소 교육부에서 실리폰 초등학교의 분교로 공식 인가해줬다. 그래서 JTS는 이번에 교실 증축을 논의하면서 주(州) 교육청이 언제까지 교사를 파견할지를 약속받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교육청은 처음에는 ‘정규 교사 추가 파견계획이 없다’고 단호하게 나왔으나, 학교 선생님들과 지역 주민들, 나중에는 리보나 군수까지 끊임없이 교육청과 접촉하여 요구한 끝에, 오는 신학기부터 정규교사 3명을 임명할 것을 약속받았다.

 

 어렵사리 양해각서(MOA)의 내용을 확정하고 학교 증축을 위한 목재 준비와 부지 정비에 들어갔으나, 이번에는 마을 주민들과 견해차가 벌어졌다. 원래 JTS에서 공사에 필요한 모든 자재를 대기로 한 합의에 따라, 모래와 자갈을 외부에서 구매하여 주민들에게 공급하기로 되어있었다. 그러나 두메산골까지 많은 양의 모래와 자갈을 옮기는 일이 녹록하지 않고 마을 인근에서 획득할 수 있는 자재를 최대로 활용하고자, 주민들에게 현금 대신 쌀을 주고 구매하는 것이 관행이 되었다. 주민들은 시중 가격과 맞먹는 양인 모래 자갈 3 캔(약 20kg) 당 쌀 1kg을 요구했지만, JTS에서는 ‘당신 자녀들이 다닐 학교를 좀 더 튼튼하게 짓기 위한 것이니 4캔당 쌀 1kg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후원자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을 최대한 절약하여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도 있겠거니와 무엇보다도 카라바오 등 생산 수단을 가진 일부 주민이 한꺼번에 많은 양을 옮기고 쌀을 독점하는 상황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 혹시나 무게가 틀릴까 옮긴 모래 자갈의 양을 이중 점검하는 주민들

 

 3월 셋째 주에 첫 삽을 뜬 후 2개월이 지난 지금, 만타부 학교 증축 공사는 순항 중이다. 주민 조직 자원봉사자들의 출석률이 생각보다 떨어지는 감이 있지만, 공사의 총책임을 맡은 젊은 목수 롤리(Rolly L.) 씨 등 열심히 나무 기둥과 대들보를 세우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절로 흡족해진다. 비 한 방울 올 기미가 없는 건기의 뙤약볕 아래에서 물 한 모금조차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바쁘게 몸을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면, 개인 용돈으로 커피라도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온다. 마을이 개발될수록 바깥 문물의 영향으로 점점 실리적이 되는 주민들을 보면 한편으로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러한 가운데에서도 JTS가 이 땅에서 사업하면서 지켜나가고자 하는 원칙들을 충분히 살리는 것이 JTS와 마을 모두를 살리는 마을 개발의 출발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함께하고 글쓴이 : 필리핀JTS - 박영일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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