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이야기

 ‘알라원은 말이죠, 비가 오면 산에 안개가 자욱이 끼는데, 좀 있다가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면 그 사이에서 푸르른 산이 쑥~ 올라오는데, 그게 마치 평원처럼 보여요. 그럼 그걸 보다가 나도 모르게 아~하고 소리를 치게 되지요’ 현재 필리핀 민다나오 섬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정연 간사님은 마치 눈 앞에 알라원이 있다는 듯이 눈을 반짝이며 필리핀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오랜 방황을 마치고 비로소 쉴 곳을 찾은 사람이 주는 평온함과 자신감이 그 말투 하나 하나에 배어나왔습니다. 긴급구호의 현장에서 겪은 많은 경험들과 실패들, 그리고 그 속에서 성장해갔던 과정을 최정연 간사님은 방황이라 했지만, 현장에서 쌓은 경험이 이제는 농익은 과실이 되어 그 달콤한 열매가 필리핀에서 여물기까지 그 길이 결코 녹녹치 않았음은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었습니다

최정연간사님은 2000년 몽골에 한파가 닥쳐 JTS에서 긴급구호에 나섰을때 영하30도가 넘는 혹한속에서 홀로 몽골로 파견된 것을 시작으로 해외구호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몽골이야기를 할때는 그때의 엄청난 추위를 떠올리며 추위가 다시 온듯이 몸을 떨었습니다.

초보 구호활동가로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늘 부딪쳐야 했던 그 때는 아마도 몽골의 추위만큼 경험의 미숙함이 더욱 춥게 다가왔던 것 같았습니다. 나중에 전해들은 말로는 몽골한파로 그 곳의 굶주림이 심해지자 자신도 거의 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사람이 건강한 사람이라고 했던가요. 그전에도 중국에서 탈북소년들을 돌보면서도 흘렸던 많은 눈물, 그 눈물샘의 시원이 어디였던가 들어보았습니다.

최정연간사님이 대학을 졸업했을 무렵, 마산에 6.25때 피난민들이 살면서 형성된 달동네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판잣촌은 정말 본적이 없었어요, 한 1평 정도되는 곳에서 가족들이 사는데.어느날 그곳에 사는 아이집엘 갔었는데. 안씻어서 나는 냄새 맡아본 적 있지요? 그냥 하루 이틀 말고, 아주 오래..온 몸에서 그냄새가 나는 아이가 학교도 안가고 방바닥에 누워 웅크리고 잠만 자는데..” 그 날은 달동네 골목을 하염없이 걸으며 울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눈물샘을 간직한 채 중국과 몽골을 거쳐 2004년 스리랑카에 파견됩니다. 쓰나미로 무수한 인명피해가 났던 그 곳에서 스리랑카의 NGO단체인 샤르보다야와 함께 그곳의 복구지원작업을 펼쳤습니다. “그때는 영어가 지금보다 능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히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았어요. 현지 NGO와도 의견을 잘 조율해야 했는데 쉽지 않았거든요.그래서 나도 많이 예민해졌었죠. 내가 이런 일에 잘 안맞는게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었고”

현장에서의 어려움을 느끼면서도 다시 2006년 필리핀으로 파견된 그녀는 그동안 참으로 많이 단단해진 느낌이었습니다. ‘민다나오 원주민이나 무슬림 마을 사람들은 극단적 기아상태는 아니지만, 주로 고구마나 옥수수만 먹고 살기 때문에 대부분 영양상태가 좋지 않아요. 아이들은 배가 크게 부풀러올라있거나, 이상하리만치 콧물을 많이 흘리고 눈에는 늘 진물이 고여있고요. 지금은 마을에서 학교를 먼저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를 짓고 있지만, 앞으로는 경제상황을 개선할만한 농사를 짓거나 할 수 있도록 연구를 많이 해야지요“

<위:  태풍 두리안피해지역 구호물품 분류작업 / 아래:  알라원 마을사람들과 오르는 길> 

제2의 인생을 필리핀에서 시작한 듯이, 해외구호활동에 대한 비전을 착실히 세워나가며 이제는 필리핀에서 평생 일하고 싶다는 그녀의 그 가볍고 맑은 각오 한마디에 살며시 물어보았습니다. “뭐가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 사람이지요.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자연의 청량함처럼 그녀의 활짝 열린 마음 뒤에는 필리핀의 든든한 자원활동가들이 계셨습니다. 필리핀 교민으로 JTS 활동에 함께 하고 계신 이원주 사무국장님과 정토회 마닐라법당 총무이신 부인 한금화 님. 그리고 많은 필리핀 교민들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계셨습니다. 먼 외국땅에서 자신의 생계를 이어가시면서도, 며칠씩 들어가야 하는 정글 속도 마다하지 않으시고 마을을 돌아보고 학교를 짓고 마을회의를 하는 모든 일들을 함께 해주시는 분들. 그 분들에게는 생활이 곧 봉사이고, 봉사가 곧 삶이라 했습니다.

<위: 걸어가는 길이 가장 멀다는 알라원으로 가는 도중 휴식을 취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          아래 : 알라원 학교 준공식때 이원주 필리핀 JTS 대표>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 필리핀에서는 마음이 올곧은 많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어우러져 일을 해 나가면서 느낀 그 사실에 대한 깊은 깨달음이 비로소 최정연간사님을 현장활동가로 올곳이 자리매김하는 힘이었나 봅니다. 아직 분쟁이 끊이지 않는 활동현장에서 매일 아침마다 500배 절을 하며 늘 마음의 준비하며 사는 그녀의 삶이 알라원에서 더욱 빛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위: 알라원 마을 아이들의 모습/ 아래: 알라원의 아래지역 JTS 센터 부지>

이제 최정연간사님의 눈물은 알라원의 비가 되어, 그 곳의 울창하고 맑은 숲 속에 시원하게 내리고 있었습니다. 아직은 자연 그대로인 민다나오 섬에서, 나무가 자라고 나뭇잎이 떨어지고 다시 거름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그 모습을 그대로 보면서 삶의 모습도 그와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그 아름다운 자연이 간직되면서 민다나오 사람들의 삶이 나아지는 길을 찾고 싶다고. 다시 필리핀에 돌아가 알라원의 자연 속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정연 간사님께 열심히 응원을 보냅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여기 한국에서도 함께 열심히 할 것이라고!


페이스북 댓글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게시판의 성격에 맞지 않는 글이나, 상업적 홍보글은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이름     비밀번호     인증번호     CD 댓글등록
다음글 [필리핀]모두들 안녕하세요?
이전글 몸은 덜덜덜 그러나 마음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