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이야기

여기, 가벼운 마음으로,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JTS에 다가온 '행복한 분' 이 계십니다. 봉사를 하며 자신을 사랑하고 도전하시는 정유석 님. 후원회원에게 배달되는 소식지에도, 수자타나눔장터에도 이 분의 손길이 스쳐갑니다. 이렇게 따뜻한 분을 만날 수 있는 기쁨을 JTS 회원님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정유석님의 글을 소개합니다.
(사진설명: JTS 수자타나눔장터에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오른쪽 두번째가 정유석님입니다)

저는 올해 38살이 되었습니다
현재 서울정토회 복지사업부(주:JTS는 정토회 산하 NGO입니다. 서울정토회 복지사업부는 JTS 캠페인, 수자타나눔장터 등 JTS 대중활동을 하는 부서입니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부터 일주일에 세 번 월, 수, 금요일에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저를 모르시는 분은 화상으로 얼굴이 많이 상한 사람을 생각하시면 될 것입니다.

얼마 전에 동사무소에서 ‘닥터스’라는 TV프로그램에 나가보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저도 얼굴이 아주 많이 상한 사람이 나오는 걸 봤더랬습니다. 저보다도 심하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약과라는 생각이 들었죠. 제의는 고맙지만 이미 더 피부를 이식할 성한 피부가 없고 수술의 결과도 낙관할 수 만은 없어 어머니와 상의 후 거절하는 방향으로 대답했습니다. 수술로 얻을 혜택에 비해 공개되어 받을 심적부담이 컸습니다.
잘 이해하지 못하실지 몰라도 저는 제 외모에 대해 만족합니다. 좋은 얼굴로도 살아봤으니 이제는 좀 못난 얼굴로 살아보는 것도 과히 나쁘지 않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관신부정(觀身不淨)이란 말도 있잖아요. 육체란 것이 한꺼풀 벗겨놓고 보면 그리 아름다울 것도 없고 집착할 만한 것이 못 된다는 말로 기억합니다. 저는 한꺼풀 벗겨진 인생이지요.
다만 좀더 스마트한 머리로 봉사할 수 없어 불만이기는 합니다. 뇌를 많이 다쳐서인지 기억력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과거의 일은 기억이 남아있는데 새로운 기억은 잘 저장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병원에서는 필터링이라고 하더군요. 취사선택하는 기능이 떨어졌다고요. 포커싱도 문제랍니다. 집중하는 일이요. 필기와 사고를 자극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의 일은 저에 대한 자극이며 동시에 도전이기도 합니다.

작년에는 서울정토회 불교대학을 수강했습니다. 이제 돌이켜보니 사성제에 대해 자세히 배운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고집멸도로 관계없이 나누어졌던 것들이 서로 연관을 가지며 존재함을 느꼈습니다. 또 특강수련에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나는 행복한 사람’ 노래를 불렀던 것도 기억납니다. 반응이 괜찮았죠. 행복해진 느낌이었습니다. 봉사시간을 채우는 게 고민이었는데 의무감에서 하려니 잘 안됐습니다. 요즘 봉사는 내가 마음을 내서 하다보니 훨씬 좋은 것 같습니다. 경전반도 듣고 싶었지만 그보다는 내가 주인이 되는 공부를 해야겠기에 뒤로 미루었습니다.

고정적으로 하는 일도 있습니다. 두 달에 한 번 나오는 JTS소식지, 그 책의 교정을 보고 있습니다. 표지 안장에 시를 고르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주로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검사하지요. 시는 평소 제가 좋아하는 것이라 고르는 작업에 시간이 좀 걸려도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컴퓨터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동사무소에서 장애인 정보화 사업이 진행되어 학원에서 몇 달간 배우고 나면 일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어느새 4월입니다. 열심히 일하다보면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인생에 그다지 큰 무게를 두지 않고 가볍게 살아봐야겠습니다. 들판에 핀 한송이 꽃과 같은 삶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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