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이야기





지난 2월 ‘ 인도에서 사무국장 소임을 맡고 있는 박애란 님이 한국을 다녀갔다. 지난 2006년 6월에 인도로 들어갔으니 약 1,000일이 다 되어 가는 셈이다. 오랜 만에 고국에 들른 박애란 님을 만나 인도jts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얼굴이 참 밝고 좋아 보입니다. 처음 가셨을 때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그 동안  JTS사업을 자료화하고 정리하는 일을 했어요. 차분히 인도JTS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지요. 실제로 진행되는 일을 바로 맡지 않고 역사부터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인도는 한국과 기후도 다르고 생활환경도 많이 다른데다 문화차이가 많은데 자료정리를 하면서 마음도 몸도 적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아요.

올해로 인도JTS가 15년째 되는데 그 간의 역사를 정리하는 일을 하셨다니 그 또한 의미가 있었겠네요. 하시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요?

네. 한두 해가 아니라 십년이 넘는 역사다 보니 쉽지는 않았어요. 역사란 그 당시에는 느끼지 못하지만 지나고 나면 소중한 것을 깨닫게 되잖아요. 그래서 ‘어려운 일이지만 그때그때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담기가 어렵지요. 그 당시의 사람이 아니고는 정리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인도 수자타아카데미의 경우에는 둥게스와리 개척부터 시작해서 수자타아카데미가 만들어지고 현재까지 많은 분들이 계시잖아요. 법륜 스님과 선주, 장영주 전 사무국장님을 비롯해서 부분 역할을 맡은 자원활동가까지 생각하면 수많은 사람들이지요.

그렇군요. 15년이면 긴 시간인데요. 오랫동안 한 마을을 지원하고 개척한 사례도 다른 곳과 비교해 보면 드문 경우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변화도 많았을 것 같아요.

네. 15년이란 세월이 짧다면 짧지만 이 마을을 보면 아주 큰 변화를 가져다 준 시간인 것 같아요.
유치원을 다니던 아이들이 자라서 동생들을 가르쳐 주는 선생님이 되기도 하고 인도JTS의 스태프가 되어 활동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또 기술을 익혀 도시로 나가 일을 하고 있는 아이들도 있고요. 사실 이런 이야기들은 그냥 들으면 ‘그렇구나’ 여길 수도 있겠지만 이 곳 둥게스와리에 있어서는 어떤 사실보다 큰 감동을 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인도에서의 불가촉천민이란 말 그대로 피부가 닿아서도 안 되는, 계급에도 속하지 않는 천한 사람들인 것이지요. 그래서 이들은 평생 이 곳에서 구걸을 하거나 석회질이 많은 뒷산의 돌을 깨어다 팔아 연명하는 수준에서 살아가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그런데 그런 아이들이 또 다른 삶을 희망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지 모릅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감동도 있을 테고 이번에 역사를 정리하면서 전체를 살펴보니까 그런 의미가 더 다가왔겠네요.

네. 한국에서 문서로만 현장을 접할 때와는 사뭇 다릅니다. 15년 전에 처음으로 법륜 스님께서 씨앗을 뿌리셨는데요, 지금은 한국에서 온 활동가만도 11명입니다. 15년 간 거쳐 간 사람이 85명이고 현재 활동하고 있는 인도인 활동가가 약 70명이거든요.

그렇군요. 그런 경이로운 순간이 많았을 것 같은데 이야기 듣고 싶네요.

사실 저는 이제 3년이 되어가는 셈이니까 개척할 당시부터 시작해서 지금의 둥게스와리가 있기까지 있었던 숱한 일들에 비하면 저는 말할 수 있는 것이 없을 거예요. 무엇보다도 지나 온 10년, 그 시간 자체가 감동일 것이고 그래도 제가 경험한 일 중에 최근에 있었던 일 중에서 말씀드리자면 코시강 수해가 났을 때 긴급구호를 갔던 일이 생각나네요. 작년 8월에 홍수 피해가 있었어요. 네팔과 인도 북부 비하르 주 사이의 댐 둑방이 터지면서 코시강이 범람했어요. 강의 흐름이 바뀌면서 15km 폭의 넓이로 새로운 물길이 만들어지는 정도였지요. 그 물길을 따라 엄청난 물이 네팔에서 북부 비하르 주로 흘러넘쳤는데 비하르 주 5개 군의 979개 마을이 침수되고 59만 가구가 피해를 입었던 큰 재앙이었어요. 백여 명 이상이 사망하고 295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는데 저희 인도제이티에스에서는 9월 7일부터 11일까지 사전 조사를 하고, 9월 15일부터 9월 22일까지 한국인 활동가 5명과 인도인 10명을 파견하여 긴급구호 활동을 했어요. 피해 현장에서는 실제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조사해서 수자타아카데미로 알려주었고 수자타아카데미에서는 한국에서 보내 준 구호물품으로 지원물품 세트를 만들었어요. 옷감들을 잘라 수재민들이 사용할 이불을 바느질을 하고 모기향, 성냥, 양초, 비누를 세트로 만들어서 정성스레 포장하는 일을 학교 전체 공동 쉬람단을 조성해서 진행했어요. 피해 현장에서도 그 물품을 받아서 밤 10시가 넘도록 수재민들에게 배분하는 일을 차분히 잘 해냈답니다. 그 일을 함께 하면서 서로가 호흡을 맞추며 일을 해낸 뿌듯함과 파트너십이라고 할까요, 가르치고 배우는 경험이 아니라 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기쁨이 컸어요.

<인도 스탭들의 구호활동 모습>

그리고 둥게스와리 사람들이 자신만의 삶이 아니라 타인을 위해서 마음을 내고 또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그것도 따뜻했어요. 그 일을 할 때 사람들의 모습이 참으로 적극적이었어요. 좀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구호품이 가도록 사람들이 의견을 내었는데 그 모습을 보니 ‘이 곳 둥게스와리가 천국이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까지 따라다니던 이름, 아무도 근접하지 않던 ‘시타림 마을 둥게스와리’가 아니구나. 자기보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돕는 기쁨을 아는 넉넉한 사람들이 사는 마을인 것이지요. 한창 더운 날씨였는데 몸도 마음도 처져 있을 때였어요. 그런데 사람들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내가 있는 바로 그곳이 정토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참 행복하다. 그래, 여기다, 이런 생각. 그때가 8월이라 한국인들은 추석명절을, 인도인들은 큰 노동절인 ‘비스까르마푸자’를 반납하고 일했는데 아주 풍요롭게 보낸 것 같아요. 입이 아니라 마음이 풍요롭게 말이에요.


이야기를 들으니 15년을 지나고 있는 수자타아카데미, 둥게스와리의 현재가 참 생생하게 다가오네요. 앞으로도 많은 아이들이 배움의 기회를 얻고 새로운 삶의 길에 대해서 희망도 가지게 되고, 정신적인 풍요로움의 기쁨도 느끼게 되겠네요. 그런 경험 때문에 박애란 사무국장님의 얼굴이 더 행복해 보였군요. 앞으로도 둥게스와리의 희망을 많이 전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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