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이야기



김혜원님은 2003년 6월부터 인도 수자타아카데미 사무국에서 근무를 시작해 2007년 4월에 교장으로 취임하였습니다. 지난 6월 방학을 맞아 일시 귀국한 김혜원님과 어느 토요일 오전, JTS 사무국에서 만났습니다. 수자타아카데미의 자랑스러운 친구들을 소개할 때 마치 엄마가 자식 자랑하듯 뿌듯해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부터 수자타아카데미의 김혜원님을 소개합니다.



-JTS와의 첫인연을 소개해주세요


교대 2학년 재학 중 법륜스님의 북한 동포 돕기 강의를 우연히 듣게 되었어요. 북한 원조가 활발하지 않았던 97~98년 당시 스님의 강의는 조용한 충격을 동반한 궁금증으로 다가왔죠. 눈물을 글썽거리며 “죽어가는 생명을 살려야 하지 않겠냐” 고 말씀하시는 스님을 보며 스님이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했어요.


그때부터 정토회에서 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교내에서 북한 동포 돕기 캠페인을 하게 됐죠. 타인을 위해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사는 것이 타인과 경쟁하며 사는 것 보다 더 큰 만족감을 안겨줬습니다.


대학 졸업 후 초등학교 선생님의 길을 뒤로 한 채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꿈꾸며 JTS의 일원이 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2003년 둥게스와리 수자타아카데미 사무국에 파견되어 인도의 반짝이는 아이들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둥게스와리 수자타아카데미는 어떤 곳인가요?


둥게스와리는 힌두어로 ‘버려진’이란 뜻입니다. 이곳은 천민들이 60%를 차지하는 지역이죠. 더구나 카스트 제도가 그대로 남아있는 지역이라 천민들이 다닐만한 학교는 없었습니다.


교육받지 못한 이 지역 천민들은 비에 의존해 연중 3개월 정도 벼농사를 짓거나 소작을 하며 먹고 살아요. 돌 깨는 일로 밥벌이를 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 어느 것도 풍족할 리 없는 척박한 땅에 산다는 것은 살아낸다는 것에 가까운 말이지요. 그런 곳에 학교가 생겼고 이것은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다는 뜻입니다. 내 부모, 부모의 부모가 살아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삶.


처음에 천민들에게는 ‘교육을 통해 삶의 질이 달라진다는 것’이 안 통했는데 교육을 받고 변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부모들이 변했어요. 수자타아카데미는 아이들의 새로운 창이된 것입니다.



-학교의 남녀 비율은 어떤가요? 또, 카스트제도가 남아있다고도 들었는데..


인도 천민 여성은 보통 12~13살에 결혼합니다. 결혼 할 때 신부가 신랑집에 지참금을 내는데 나이가 많을수록 큰돈을 내야하니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시집을 보내지요. 한번은 9살 어린 여자아이가 오랫동안 결석을 해서 엄마를 불렀어요. 엄마는 계속 울기만 하더군요. 알고 보니 그 어린 아이가 시집을 가버린 거예요.


수자타아카데미는 여학생들에게도 교육의 기회를 보장하며 적어도 초등학교에 다니는 동안은 결혼하지 못하도록 보호하고 있습니다. 현재 수자타아카데미의 여학생 비율은 44%로 꽤 성과가 높지요. 또한 양민과 천민이 한 교실에서 수업 받으며 신분의 경계를 뛰어넘고 있어요. 처음 개교했을 때는 양민 아이와 천민 아이가 함께 어깨동무 하고 뛰어노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부모들도 학교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수자타아카데미의 최근 활동을 소개해주세요.


수자타아카데미는 불가촉천민들과 여학생들에게 초등교육을 이수시키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보통 유치원에 입학한 아이들은 대부분 초등교육까지 이수하기 때문에 지역 아동들의 유치원 입학률 100%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16개 마을에 14개 유치원이 있는데 유치원 선생님들은 수자타아카데미를 졸업한 상급 학생들이 맡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중학교 아이들이 오전에는 유치원에서 선생님을 하고 오후에는 수업 받는 식이죠. 마냥 아이 같지만 선생님이 되면 책임감을 갖고 일을 합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스스로 성장할 수도 있고요.


또, 자신감을 키워주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어요. 천민 신분의 아이들은 언제나 주눅이 들어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자긍심을 키워주는 프로그램이 중요합니다. 예술반을 만들어서 각종 예술 활동을 권장하고 대외적인 행사도 한 달에 한 번씩 하지요. 5월은 부처님오신날, 8월은 인도 광복절, 9월은 교사의 날.. 이런 식으로 매달 기념일에 걸맞은 예술 활동을 선보입니다. 인도전통춤, 연극, 스포츠, 태권도 등 다양합니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생활하시며 어려운 점은 없나요?


교장이 된 후 힌두어로 의사소통 할 일이 많아져 어려웠어요. 학부모들 앞에서 연설도 해야 하고, 교사 회의를 진행하거나 학부모 상담하는 일들 모두, 말로 이루어지는 것이라 스스로 너무나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어로 대화할 때도 소통되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결국 언어가 문제가 아니라 마음이 문제였습니다.


언어는 당연히 낯설고 어렵지요. 그럼에도 아이들이 나에게 어떤 얘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말을 떠나서 마음을 봐줘야했어요.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과 아이들이 얘기하고 싶은 것을 전하는 마음 말입니다.



-감동적이었던 순간은?


이번 봄 아이들과 쌀 한 톨 모으기 행사를 했어요. 쌀을 모아 마을의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자는 취지의 행사였습니다. 매일 받기만 하는 아이들이 누군가를 위해 베풀 기회를 갖게 된 것이지요. 자기들 먹을 것도 충분치 않은 아이들이 쌀을 한 톨 한 톨 모아서 가져왔어요. 굉장히 기쁜 표정으로 쌀을 가져온 아이들을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먹는 기쁨 못지않게 주는 기쁨을 아이들이 느끼고 행복해하더군요.



-수자타아카데미에서 사업을 진행하면서 보람됐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아무래도 학교에 다닐 수 없었던 아이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올 때가 가장 보람됩니다. 딜립이라는 친구가 있었어요. 사무국에서 일할 때부터 봐왔던 친구인데 결핵에 걸려 몸도 약하고 집에서도 딱히 돌봐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겨우겨우 아버지를 설득해서 결핵 치료를 받게 하고 학교에 나오게 했는데 어느 날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는 거예요. 찾아가서 아이를 만났더니 “아버지가 나를 미워해요, 엄마가 죽은 게 나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라며 막 우는 것이었어요. 아이에게 깊은 상처가 있었던 겁니다. 많이 신경 쓰던 아이었는데 그런 상처가 있었다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 후에 몇 달 뒤 아이를 우연히 길에서 만났고 다시 학교 나오길 권유했어요.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공부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아이를 세상 밖으로 이끄는 일, 아무리해도 안 되는구나 했는데 아이는 제 마음을 다 느끼고 있었고 결국에는 좋은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지금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은 무엇인가요?


우리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최소한 점심 한 끼는 제공하려고 합니다. 상급생들 중에도 밥 세끼 못 먹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학교에서 먹는 밥 한 끼가 끼니의 전부인 아이들에게 밥 먹이는 일은 무척 중요한 사업이지요.


또한 아이들이 공부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학용품, 신발 등을 지원합니다. 신발이 없는 아이들이 많아요. 집이 멀어도 걸어 다녀야만 하는 아이들에게 신발은 꼭 필요한 물품입니다. 대신 교복은 부모들이 부담하도록 합니다. 공부하는 아이를 둔 부모의 최소한의 책임이 교복이지요. 교복은 학생이 되었다는 것을 인지시켜주고 집과 학교에서의 생활을 분리시켜줍니다. 모든 것을 지원하지 않되 최소한의 책임을 안겨주는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수자타아카데미는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디네시라는 학생이 있어요. 이번에 대학교 1학년이 된 친구인데 1등급으로 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공부뿐만 아니라 발표대회에서도 수상하고 척박한 땅에서 어떻게 하면 식물들을 잘 키울 수 있을지 공부합니다. 또 구걸하는 아이들을 모아서 공연팀을 만들고 무대에 올리기도 합니다.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친구죠. 수자타아카데미에는 이런 가능성을 가진 친구들이 많습니다.


아이들에게 현실의 벽은 높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꿈을 꾸고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공간이 수자타아카데미입니다. 친구들과 선배들을 보며 나도 뭔가를 시작할 수 있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다짐하게 만드는 곳. 앞으로도 아이들이 수자타아카데미에서 건강하게 성장하며 인생의 수많은 가능성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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